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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보다 규제” 칠레, 대마초 합법화 움직임 본격화
대선 후보까지 지지 선언… “불법보다 규제가 낫다”

칠레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결코 고립된 사례가 아니다. 최근 독일, 태국, 미국 일부 주, 그리고 브라질 대법원의 판례까지—전 세계는 지금 대마초에 대한 입장을 ‘금지’에서 ‘규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 흐름의 공통점은 단순히 약물 정책을 완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공중보건, 범죄 예방, 시민 권리의 균형을 모색하는 새로운 정책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칠레 역시 같은 방향을 택했다. 불투명한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던 대마초 개인 사용과 재배 행위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책임 있는 사용, 제도 속에 담는다
2025년 4월, 칠레 의회는 성인 대상의 대마초 개인 재배 및 비상업적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단순히 처벌을 유예하는 수준을 넘어, 명확한 기준을 통해 개인의 자율적 사용을 제도화하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만 18세 이상 성인은 다음과 같은 권리를 갖게 된다.
- 꽃이 피는 대마 식물 최대 6주기 재배
- 연간 최대 800g 보관 가능
- 공공장소 소지는 40g까지 허용 (단, 흡연은 금지)
- 500명 이하로 구성된 ‘비상업적 재배 커뮤니티’ 결성 가능
이 중 특히 ‘커뮤니티 재배 모델’은 주목할 만하다. 스페인과 우루과이 등에서 채택한 방식으로, 구성원 간에만 비상업적·자율적으로 대마를 공유하는 공동체적 운영을 가능케 한다.
단, 사용에 대한 조건은 엄격하다. 흡연이나 섭취는 오로지 개인의 사적 공간에서만 허용되며, 학교, 대중교통, 어린이 보호구역 등에서는 일체 금지된다.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시민사회와 정치의 연결
이번 법안의 등장은 단지 정치권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칠레에서는 이미 10년 넘게 시민사회가 대마 비범죄화를 꾸준히 요구해왔으며, 그 요구가 마침내 정치적 응답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대마 합법화 운동가 아나 마리아 가스무리(Ana María Gazmuri)는 말한다.
“이건 단순한 약물 논쟁이 아닙니다. 사용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대신,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진짜 국가의 역할입니다.”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는 법이 오히려 사회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이미 존재하는 수요와 문화를 제도 안으로 통합해 책임감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법조계 또한 같은 입장이다. 에르난 보카스(Hernán Bocaz)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집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법은 무의미합니다.
이제는 시민의 권리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대선 후보의 지지 선언, 공론장의 중심에 서다
이번 법안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차기 대선 유력 후보 블라도 미로세비치(Vlado Mirosevic) 의원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정책의 정당성과 추진력에 힘을 실었다는 점이다.
그는 대중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이제 대마초를 더 이상 위험 약물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 된다면,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투명한 제도 아래에 시장을 관리하겠습니다.”
그에게 있어 대마초 합법화는 단순한 약물 정책의 전환이 아니라, 공공의 건강과 시민의 자유를 동시에 지켜내는 국가 운영의 방향이다.
“대마초 합법화는 곧 ‘공중보건’과 ‘시민 자유’라는 두 축을 함께 지켜내는 일입니다.”
그의 발언은 칠레 사회에서 ‘낙인 대신 책임’, ‘은폐 대신 제도’라는 새로운 담론을 촉발하고 있다.
칠레의 현재, 그리고 바뀌려는 것
칠레는 이미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국가다.
또한 성인의 개인 사용과 재배도 일부 비범죄화되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업적 판매, 운반, 거래는 전면 금지 상태이며,
법적 기준이 모호해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이번 법안은 이 회색지대를 없애고,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사용자와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지 ‘처벌을 줄이자’는 논리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공공정책과 시민 권리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대마초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
칠레가 향하는 길은 단지 ‘허용’이나 ‘방임’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금지 정책이 갖는 비효율과 부작용을 냉정히 돌아보고,
더 건강하고, 더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선택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칠레는 지금, 그 거대한 변화의 한복판에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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