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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한 사회, 누구를 처벌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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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츄럴 레볼루션
Date
2025-04-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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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6년 결과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

2018년, 캐나다는 G7 국가 중 최초로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했다. 그 결정은 단지 법을 푸는 조치가 아니었다.
국가는 선언했다.
“더 이상 범죄조직이 대마 시장을 지배하게 두지 않겠습니다. 대마 소비를 국가의 책임 아래 둬야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우려했다.
범죄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캐나다의 선택은 실패한 실험이 아닌, 구조적 전환의 모범 사례로 남았다.
최근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는, 이 변화가 단지 ‘허용’이 아니라 공공성과 현실을 조율하는 전환점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왜 아직도 대마를 죄악으로만 규정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하고 있는가?
단속이 가리던 현실, 제도화가 드러냈다
이번 연구는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캐나다 국민의 가계 지출 데이터를 분석해 대마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합법화 직전, 전체 대마 소비의 약 88%는 불법 유통망을 통해 이루어졌다.
- 하지만 2023년에는 그 비중이 24.3%로 줄어들고, 합법 유통은 전체의 72.2%를 차지하게 되었다.
- 같은 기간 시장 전체 규모는 약 75% 성장했다.
겉으로는 사용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 대마는 원래부터 소비되고 있었고
- 다만 불법이라는 이유로 음지에 숨어 있었으며
- 이제는 사회가 그 현실을 인정하고, 공식적 루트를 통해 다루고 있다는 것
합법화는 소비를 부추긴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소비를 사회가 책임질 수 있는 방식으로 끌어올린 조치였다.
그 결과,
- 제품은 더 안전해졌고
- 소비는 추적 가능해졌으며
- 범죄조직의 개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것이 바로 제도화의 진짜 의미다. 그것은 방임도, 방조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방식이다.
제도화는 억압이 아니라, 낙인과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리고 해방된 현실을 사회와 개인이 함께 조율해나가는, 더 정직한 선택이다.
‘기호’와 ‘의료’, 나눌 수 없는 사람들의 경험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변화는, 의료용 대마 시장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2018년 전체 시장의 11.8%였던 의료용 대마는, 2023년엔 3.7%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현상을 단순히 “환자들이 대마를 덜 사용했다”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의료용 시스템에서 일반 합법 시장으로 옮겨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 같은 품질의 제품을
- 더 저렴하게
- 더 편리하게
- 의사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잠이 오지 않아 대마를 피운 사람이 있다면, 그는 수면장애를 치료한 것일까, 아니면 기분 전환을 한 것일까?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싶어 대마를 쓴 사람은, 의사에게 진단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호 사용자’로 분류되어야 할까?
사회적 스트레스나 외상 후 불안장애(PTSD)를 겪는 사람이 감정적 안정을 위해 대마를 사용했다면, 그는 처벌받아야 할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 자신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선택을 하고 있고
- 그것이 ‘의료적’인지 ‘기호적’인지 구분조차 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의 법은 이 현실을 무시한다.
-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불법.
- 사용의 맥락과 고통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 그저 ‘피웠다’는 이유로 죄가 성립된다.
고통을 범죄로 만들고 있는 한국 사회
한국은 대마초를 마약류로 규정하며, 사용 목적에 관계없이 예외 없는 형사처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형식적으로는 의료용 대마가 허용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 실상은 매우 제한적이고 비현실적이다.
- 극소수 희귀 질환에만 해당되고
- 의사 소견과 정부 승인, 해외 수입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 많은 환자들에게는 비용도, 정보도, 접근성도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현실은 이렇다.
- 사용자는 음지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 자가치료를 시도한 사람도 '마약 사용자'로 낙인찍히며
- 국가는 안전도, 품질도, 소비자 보호도 책임지지 못한 채
- 범죄조직만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 구조는 2004년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이 초래한 결과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당시 법은 “수요를 없애겠다”는 명분으로 전면 금지를 선언했지만,
- 성노동자들은 더 위험한 환경으로 밀려났고
- 시장은 지하로 숨어들었으며
- 수요는 사라지거나, 심지어 줄어들지 않았고
- 수익은 조직폭력배의 몫이 되었다
존재를 부정한다고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를 밀어 넣으면, 그 문제는 더 위험하고 통제 불가능한 방식으로 뿌리내릴 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금지가 아닌, 정직한 해방이다
대마초를 둘러싼 지금의 금지주의는 더 이상 ‘공공의 안전’이나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지금은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다.
- 고통을 낙인으로 규정하고
- 존재를 법의 이름으로 외면하며
- 국가의 책임을 형벌로 대체하는 구조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치료하려 했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 진짜 잘못인지 묻지 않은 채, 고통에 대한 대응을 처벌하는 사회는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우리가 대마초를 허용할지 말지에 앞서, 우리는 고통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사람들의 선택으로 표출된, 삶에 대한 고통의 현상을 사회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권력에게서 허가받지 않은 고통에서의 해방은, 정말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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