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리안 하이웨이』 1. 향수병
코리안 하이웨이
Korean Highway

친구들을 위하여.
네오를 위하여.
마가를 위하여.
마고를 위하여.
메리제인을 위하여.
1. 향수병
“9, 8, 7, 6, 5, 4… 2… 0! 마침내 4시 20분이 되었습니다. 자리해주신 ‘한반도 한약 연구회’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제1회 <천하제일 삼꽃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을 좀 살만하게 느끼기 위해서, 병을 치료하고 조절하기 위해서, 친구가 좋은 거라고 주길래 피워봤는데 진짜 좋은 거라서, 좋은 게 좋은 거라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대마초를 피우고 키워왔지만 대마초를 사랑한다는 점에선 모두 같은 마음이라 봐도 좋을 겁니다.그렇기 때문에 먼 걸음을 하여 오늘 이 자리에 모였겠지요.”
편지를 읽는 친구는 취기 때문인지, 치미는 감동 때문인지, 둘 다 때문인지 붉은 눈시울로 친구들의 얼굴을 훑었다.
“<천하제일 삼꽃 대회>는 단순히 높은 THC 함량에 기반한 강력한 취기를 기준으로 경쟁하여 우수한 약성의 대마초를 선별하기 위한 대회가 아닙니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진심과 정성을 쏟아가며 만나고, 성장을 지켜보고, 거두어야했던 친구와의 나날을 회원들과 연기의 형태로 나누는 의식입니다. 부디 오늘의 경험이 ‘한반도 한약 연구회’의 대마와 함께하는 행복하고 안전한 인생과 살만한 세상을 가꿔나가는데 필요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 읽은 편지를 접어 가방에 넣은 친구는 휴대용 프로젝터를 꺼내어 벽에 비추었다. “아, 쟤 또 뭐 준비했네.” 아담한 시골집에 그득 모인 이른바 ‘한한연’ 친구들의 기대어린 소란은 조그만 프로젝터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전주에 귀를 기울이며 침묵으로 잦아들었다. 영상이 시작되며
손바닥 위의 씨앗은
검지가 빠져나온 얕은 흙구덩이에 빠지고
그 위를 덮는 흙에서 곧 싹이 튼다.
두 장의 잎이 흔들리다 네 장의 잎으로 흔들리며
곧게 솟는 줄기는 잘릴수록 더 넓게 뻗어나간다. 무럭무럭
어느새 간신히 고개만 빼냈던 흙바닥은 보이지도 않게 높고
무성한 대마는 온몸을 떨어가며 꽃을 피우고
잘린다. 거꾸로 매달려 마른다.
손질된 꽃들이 유리병 안에서 익어간다.
뚜껑을 연 손이 꽃을 꺼내어 찢고
그라인더로 갈아 쟁반에 초록 사막을 엎지른다.
잘게 갈린 꽃을 조인트 페이퍼에 말아
조인트 하나
조인트 둘
조인트 셋
차곡차곡
반찬통에 담는다.
영상이 끝나는 순간에 맞추어 마치 영상 너머에서 방금 꺼내왔다는 듯이 친구는 가방에서 반찬통을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진한 삼의 꽃향기가 순식간에 커튼을 걷으면서 실내에 차오른 햇빛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손에서 손으로 반찬통을 돌리면서 하나씩 조인트를 꺼내는 친구들은 모두 그것을 유심히 살피고 깊이 향을 들이마셨다.
불투명한 조인트 페이퍼 너머의 갈린 꽃 조각들과 풍기는 향기로부터 방금 전에 발아하여 순식간에 꽃을 피우고 생을 마친 한해살이풀의 존재를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모두 불을 붙여주세요. 점화!”
“야, 이걸 한 번에 다 피워? 너무 많은데?”
“오늘 아니면 또 언제 이러겠어. 점화!”
망설이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불을 붙였다.
몸의 안쪽으로 깊이 스민 연기가 몸의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의 침묵 이후 기침과
“와.”, “오.” 같은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실내는 순식간에 뿌옇게 자욱해졌는데 “앞이 안 보인다”는 둥 호들갑을 떨어가며 친구들은 연기 속에서 깔깔거렸다.
“불 난 줄 아는 거 아니야?”
“쓰레기 태우는 줄 알겠지.”
“그 정도는 아니야. 괜한 걱정 마.”
“와. 근데 진짜 잘 키웠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친구들은 뒤영벌의 날갯짓처럼 두피와 두개골 안쪽을 비행하는 취기를 음미하다가 자신이 키운 꽃은 친구들에게 어떤 기쁨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졌고, 탐스러운 꽃을 길러내기 위해 살았던 나날을 되새김질하기 시작했다.
재배 텐트의 꿈결 같은 보랏빛 불. 소형 선풍기 바람에 고개를 끄덕이는 삼. 완벽한 꽃을 수확하기 위해 성장 시기에 따라 이 아름다운 식물이 필요로 하고 즐거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구글과 유튜브에서 온갖 자료를 찾는 밤의 책상.
트라이콤(Trichome)이 호박색으로 물들지는 않았는지 병의 원인을 찾으려고 청진기를 여기저기 대보는 의사처럼 이 꽃 저 꽃에 붙여보던 확대경.
꽃이 다 익기도 전에 맛을 본다며 성급히 딴 꽃을 오븐으로 말리고 갈아 태우니까 막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가을 산봉우리가 마치 삼의 꽃봉오리 같다고 느끼는 헤드폰을 덮은 취한 오후.
그런 오후면 이런 한때가 영원하기를 바라게 되는 마음. 그런 마음이 일으키는
평소라면 하지 않을 생각들:
‘이런 한때가 영원하려면 지금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영원해야 할 텐데 그러면 한 곡이 끝나고 다른 한 곡이 시작되며 꾸게 하는 장맛비가 퍼붓는 초등학교 운동장 곳곳에서 번지는 웅덩이 속 겹겹의 파문이나 혹은 그 사람과 자주 먹던 겨울밤의 국수에서 피어오르는 훈김이 덧없이 흩어지는 모양을 알사탕처럼 빨아먹는 꿈도 불가능해진다.
그러니 그 무엇도 영원해선 안 되며 영원할 수도 없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여태 지나온 순간들, 부둥켜안고 축하의 말을 나누던 합격 통지, 머릿기름 밴 베개에 남은 힘을 모조리 풀썩 떨어트리고 너무 오래 지연되는 슬픔은 피곤의 다른 이름이 될 뿐이라고 느끼던 밤낮 모를 방, 처음으로 뽀뽀하던 봄을 포함하여 하나도 빠짐없는 순간들의 전부는 영원하면 좋았을 순간이 된다.
그런데 삶을 축사에 갇혀 지나치고마는 소의 똥에서 자라는 버섯에게도 기억 못할 전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던 친구는 그런 생각이 무거웠는지 머리를 벽에 기댔고, 벽에서 스르륵 미끄러졌고, 스르르 눈을 감았다.
한 번에 다 못 피우겠다며 다수의 친구가 고개를 저으며 재떨이에 불을 끄고 남은 조인트를 각자의 떨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 피울 게 얼마나 많이 남았는데 벌써 이러면 안 돼. 적당히 조절해가며 피워야지. 한 번에 딱 조인트 한 개만 돌리자. 모자라면 하나 더. 어때?” 한한연 친구들은 끄덕였다. “다음은 누가 할래?”
먼저 것이 워낙 인상적인 취기의 자국을 남긴 까닭에 망설여질 법도 했지만 호기롭게 손을 치켜든 친구가 지퍼백에서 마른 꽃을 꺼내며 말했다.
“나는 비디오 같은 그런 잔재주를 부리지 않습니다.”
두 번째 친구는 꽃봉오리를 집어 얼마나 탐스럽게 생겼는지 친구들에게 이모저모 회전하여 보여주고 친구들의 코 가까이에 가져가 향을 들이쉬게 했다. 그 꽃을 그라인더의 쇠살에 꾹꾹 찔러 넣어 뚜껑을 덮었다.
“보이시지요? 끈적해서 잘 안 갈리는 거.”
오오, 감탄하는 친구들의 이목을 느끼며 조인트를 말으려니까 두 번째 친구는 어쩐지 조금은 긴장되었다.
자신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한 손으로도 조인트를 마는 훈련을 해왔기에 운전을 하면서도 혼자서 조인트를 말아 피울 수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그간 여러 차례 강조해왔으므로 그만큼 조인트 공예의 차별적인 조예를 선보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손을 떨게 하고 있었다.
‘괜찮아. 왜 긴장을 하고 그래. 지금까지 말아온 조인트가 몇 갠데.’
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는데 처음으로 조인트를 말던 날이 떠올랐다.
‘개나 새나 고라니는 몰라도 인간의 발자국은 나지 않은 방향으로 눈길을 걸어 한참 오르막을 올랐을 때 거기 마녀님의 집이 있었지.’
마녀는 두 번째 친구의 대마 스승님이었다.
“대마초 피워본 적 있어요?”
마녀 할머니는 고개를 젓는 친구에게 패딩 조끼 주머니에서 지퍼백과 그라인더와 조인트 페이퍼를 꺼내 건네며
“대마초를 피울 거면 조인트를 말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찢어져서 다시 말고 구겨져서 다시 말고 못 생겨서 다시 마는 손 떨리는 사투 끝에 마침내 불을 붙여 깊이 들이마셨을 때 창밖의 설경만큼이나 순하고 뽀얀 연기가 콜록! 콜록, 콜록,
콜록이며 성화를 봉송하듯 조인트를 손에서 손으로 건네며 기침 때문에 허리를 접는 친구들은 이번 심사가 만만치 않겠다고 직감했다.
정말 잔재주라곤 조금도 섞여있지 않은 단도직입적이고 무거운 취기였다.
벽에서 미끄러져 잠에 빠지고 헤어 나오지 못하는 친구의 어깨를 두드려 “잠깐 일어나서 한 입” 하라며 입술에 물려주었을 때 그 친구는 기침으로 들썩이다가 “와.”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눈을 감았다.
한 차례 조인트가 돌고 나면 다음 차례의 조인트가 돌아가며 천하제일 삼꽃을 가려내는 시연이 계속되는 동안 꿈속에선지, 아니면 꿈과 꿈 사이 잠깐의 소란스런 현실에선지 자는 친구는 생각했다.
‘정말 축복받은 한때야. 이렇게 떨이 풍족하다니!’
그렇게 하나 둘 무거워지는 눈꺼풀과 한 올 한 올 풀려버리는 오리털파카와도 같이 낙하하는 의식을 붙잡지 못하는 친구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끝까지 남은 건 세 친구였다.
자신은 워낙 많이 복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피우고 먹어도 끄떡이 없다는 자부심을 평소에도 꽤나 자주 친구들에게 드러내길 즐기는 세 친구의 두 눈은 모두 새빨갛게 물들어 반은 감겨있었다.
“공동 우승?”
“아니. 가려낼 것은 가려내야지.”
“그러면 이렇게 하자.”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말도 없이 방으로 들어간 친구는 조롱박 호리병을 하나 들고 나왔는데 모양이 일반적인 조롱박 병이 아니었다. 몸통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고 뚫린 구멍에 속이 빈 원형의 대나무 막대기가 비스듬히 꽂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맞아. 네가 생각하는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거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야.”
“와. 직접 만든 거야?”
흡입구에 입도 대보고 버드를 담을 파이프를 빼서 병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등 만듦새를 살피는 친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복 입고 피워야 할 것 같은데.”
“주모! 여기 삼 좀 가득 주세요.”
“아니지. 주모가 아니라 마모라고 해야지. 여기요, 마모!”
어디가 그렇게 우스운 것인지 세 친구는 웃다가 마모될 것처럼 웃었다.
“진작 꺼내지. 다른 애들도 보게.”
“세척을 못했어. 그래서 꺼내기 좀 그렇더라고. 하지만 셋이서 한 입씩 맛볼 거면 괜찮을 것도 같아서. 여기다 각자 자기 버드 넣고 한입씩 돌려서 가장 좋은 것을 정하자.”
“내건 처음에 조인트 돌렸잖아.”
“그건 동영상이 눈을 현혹시켰어. 다시 해.”
“뭐야. 그런 게 어딨어. 아니다. 그래. 다시 해.”
셋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조롱박 워터봉에 자신이 정성껏 길러낸 대마초를 담아 나누어 피웠다. 조롱박 주둥이에서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연기가 꼭 도깨비라도 나오는 것 같았다.
세 친구의 대마는 모두 훌륭했지만 오늘 처음으로 맛봤기 때문인지, 여전히 퍼포먼스의 여운이 생생하기 때문인지 두 친구는 편지를 읽고 영상에서 조인트를 꺼내어 나누어준 친구의 대마가 가장 인상적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좋은 기억. 좋은 대마는 좋은 기억을 꺼내서 왠지 그립고 달달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그런 걸 노스탤지어라고 하잖아. 향수병.”
“언젠가 우리는 오늘을 그리워하겠구나.”
“맞아. 정말 좋은 시절이지. 그런데 우리 키운 거 다 ‘그거’야?”
‘그거’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지만 광기의 대마 제거 역사로부터 살아남은 한반도 토종으로 소개되며 1세대 대마 어르신에게서 2세대 대마 선배님에게로, 대마 스승에게서 대마 제자에게로, 마침내 친구의 손에서 친구의 손으로 전해진 종자였다.
수컷 대마 관리 실수로 씨앗이 맺히거나 바람이나 벌레에 의해 수정되어 알 수 없는 산림 어딘가에 숨어 살아남은 대마의 존재를 짐작하게 만들기도 하면서 계보를 알 수 없이 섞인 종자였다.
키우는 친구마다 ‘그거’는 적어도 조금씩은 다른 느낌의 꽃을 피우거나 ‘그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렵게 색다른 꽃을 피우기도 했다.
대마초는 세계 각지 토종 씨앗들이 인간들에 의해 수집되고 길러져 교배되며 비밀스런 텐트 안이나 혹은 숨길 게 없는 쾌적한 농장이나 재배실에서 수많은 종자로 분화돼 왔다.
블루 드림, 오지 쿠시, 사워 디젤 같은 종자들의 이름은 그 자체로 대마의 역사였지만 그런 종자는 한국에서 구하기 까다로웠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한한연 회원들은 토박이 문화에 대한 이상이 있었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식물에 쏟는 애정은 다시 이 땅을 향한 애정을 지켜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누가 대마를 키우고 싶다고 하면 ‘그것’의 씨앗을 나누며 더 많은 곳에서 삼이 꽃피기를 바랐다.
“우리 다 ‘그거’지.”
“‘그거’가 이렇게도 강력해지는구나. 특히 향기가 미쳤어. 어떻게 한 거지?”
“사실 나보다도 내 짝꿍이 지극정성으로 길렀지.”
셋은 잠든 여러 친구 사이의 잠든 친구를 보았다. 턱 밑으로 길게 뻗는 수염과 둥근 안경이 왠지 대마 잘 키우는 사람의 외형적인 특징처럼 보였다.
“그래도 천하제일 삼꽃이니까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데.”
“‘오대산’ 어때. 오대산 흙에서 오대산 물마시고 오대산 바람 쐬며 오대산 햇빛 아래 자랐으니까.”
오대산이 말했다.
“그럼 나는 ‘남산’이네.”
남산이 말했다.
“나는 ‘지리산’이고. 말 나온 김에 우리 리산이 보러 다녀올까.”
지리산이 말했다. 오대산, 남산, 지리산은 미닫이문을 나가 마당 한 구석에서 우람하게 자란 ‘지리산’을 감상했다.
“빨리 잡으라니깐. 너무 대놓고 크잖아. 다 보여.”
남산이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아직 때가 아니야. 딱 다음 주면 될 것 같아. 그리고 사람들 봐도 몰라. 이게 뭔지.”
지리산이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지금 잡아도 될 것 같은데.”
오대산이 걱정 때문인지, 시골 밤의 한기 때문인지 몸서리쳤다.
“작게 말해. 애 들어. 그리고 아직 꽃이 다 안 익었어.” 세 친구는 들어가 대마를 더 피우고 수다를 떨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할 수 없게 잠에 들었다.
쾅쾅쾅.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번쩍 눈을 뜬 지리산은 비척이며 몸을 일으켰다.
아야, 뭐가 깨지는 느낌에 발을 보니 조롱박 봉이 깨져 물이 흘러나오며 지독한 냄새를 퍼뜨리고 있었다.
지리산은 발도 마음도 아팠지만 일단 급한 대로 밝아오는 푸르스름한 아침의 쾅쾅 거리는 문으로 비틀거리며 가까워졌다.
문을 여니 동네 할머니였다. 어쩐 일이시냐는 발음이 어려운 것을 보니 여전한 취기를 실감하며 지리산이 웅얼거렸다.
“총각. 저거 삼이지? 나 씨 좀 달라고.”
지리산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이거 삼 아니에요, 할머니. 이거 외국산 허브예요.” 할머니는 고개를 밀어 넣어 ‘지리산’을 가리키며 갸웃거렸다.
“그래? 이상하네. 삼 같은데. 나도 옛날에 키워봐서 알아. 이 동네에서 집집마다 다 키웠어. 삼 맞잖아. 그지? 씨앗 좀 줘.”
친구들은 각자의 꿈을 황급히 깨고 나와 마당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리산은 발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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