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에서 의료용 대마를 보험으로 처방받을 때는 ‘어떤 약을 먼저 쓰느냐’도 중요하다. 대마 추출물 등을 쓰기 전에, 허가받은 대마 성분 의약품으로 먼저 6개월 동안 치료를 시도하도록 한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집권 연립정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과 사회민주당은 이 조건을 바꾸려 한다. 독일 연방의회에 제출된 개정안은 고정된 6개월을 없애고, 치료를 시도할 기간을 의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내용이다. 10월 7일 공청회에서 논의됐으며, 아직 시행된 변화는 아니다.
같은 대마 성분이어도 약을 만드는 방식은 다르다
이번 논의는 독일의 공적 건강보험으로 의료용 대마를 처방받는 중증질환 환자와 관련된다. 독일의 현행 보험 규정은 일반적인 치료를 적용하기 어렵고, 대마 성분이 질환이나 심각한 증상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 제도에서 구별하는 약에는 특정 질환의 치료용으로 허가받아 완제품으로 생산되는 의약품이 있다. 대마 추출물이나 대마 성분 등을 이용해 약국에서 환자에게 맞춰 조제하는 약도 있다. 같은 대마 성분을 쓰더라도 제품의 허가와 조제 방식은 같지 않다.
현행법은 대마 추출물 등의 보험 처방에 앞서 허가 의약품으로 6개월 동안 치료를 시도하도록 정했다. 그러다 보니 그 약이 환자의 질환에는 허가받지 않았을 때도 먼저 써야 하는지, 이미 다른 대마 의약품으로 치료 중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먼저 쓰는 약도, 시도할 기간도 환자에게 맞게
개정안은 허가 의약품을 먼저 쓰는 조건을 그 약이 치료용으로 허가받은 질환에만 적용하려 한다. 약 하나가 허가받았다고 모든 질환의 치료용으로 허가된 것은 아니므로, 환자가 치료받는 질환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 법에 적힌 6개월이라는 고정 기간을 없애려 한다. 개정안의 설명문은 치료를 얼마나 시도할지 의사가 판단해야 하며, 효과가 없거나 환자가 견디기 어려운 약을 계속 처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몸에 맞지 않는 약도 무조건 6개월 내내 써야 했다는 뜻은 아니다. 독일 정부가 9월 의회에 제출한 답변도 효과가 없거나 환자가 견디기 어려운 약을 계속 처방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안은 고정 기간 자체를 법 조문에서 없애려는 변화다.
이미 치료 중인 환자에게 남은 문제
개정안의 설명문은 현재 치료받는 질환에 대해 이미 대마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에게는 ‘허가 의약품부터 먼저’라는 조건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해당 질환에 대마 의약품을 처음 처방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독일의 의료용 대마 환자단체는 이 수정 방향을 환영했다. 다만 기존 환자를 보호한다는 취지가 법 조문이 아닌 설명문에 담겨 있다며, 치료 제품을 바꿔야 하는 경우에도 기준을 분명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마 꽃, 즉 수확해 말린 꽃 부분으로 치료해 온 환자의 문제도 남는다. 독일에서는 지난 7월 이 형태의 대마를 이 보험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이번 개정안은 그 결정을 되돌리지 않는다. 환자단체는 기존에 보험 승인을 받아 치료하던 사람을 위한 전환 기준과 예외 규정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10월 13일 현재 이번 변화는 의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이다. 환자단체가 환영과 요구를 함께 담은 이유는 분명하다. 처음 약을 고를 때의 조건을 바꾸는 일과, 이미 자신에게 맞는 약으로 치료 중인 사람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험 기준을 분명히 하는 일이 함께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