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러 나갔다가 근처에서 밥까지 먹고 돌아오는 일은 낯설지 않다. 한 가게를 찾은 손님이 옆 가게의 손님이 되기도 한다. 대마를 사러 가는 길에도 이런 일이 생길까.
미국 일리노이주의 대마 매장 주변을 살핀 연구에서는 이웃 가게의 손님과 매출이 함께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났다. 특히 식당·주점·제과점 등이 포함된 식음료 업종에서 증가가 뚜렷했다. 대마를 팔지 않는 가게들도 합법 시장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셈이다.
일리노이주는 2020년부터 성인의 비의료용 대마 판매를 허용했다. 21세 이상 성인은 허가받은 전문 매장에서 제품을 살 수 있다. 이 연구가 들여다본 것은 그런 매장이 문을 연 뒤, 걸어서 닿을 만한 거리의 다른 가게들에서 생긴 변화다.
한 사람이 더 썼을까, 사람이 더 왔을까
10월 13일 연구 공유 사이트 SSRN에 공개된 논문은 2021~2024년에 새로 문을 연 대마 매장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매장에서 약 240m 안에 있는 가게 660곳을, 대마 매장과 충분히 떨어진 같은 업종의 가게 660곳과 비교했다. 개업 전후 각각 최대 15개월의 카드 결제 자료를 살펴, 경기나 계절에 따라 함께 오르내리는 부분을 가려내려 했다.
카드 결제 자료에 잡힌 주변 가게의 월매출은 비교 대상의 변화를 감안했을 때 약 7.5%, 손님 수는 약 6.8%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아직 학술지 심사 중인 연구이며, 분석 기간에 계속 관찰된 기존 가게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문을 닫은 가게까지 포함해 상권 전체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계산한 수치는 아니다.
매출이 늘어난 방식이 흥미롭다. 손님 한 명이 쓴 돈이나 결제 한 건당 금액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주된 변화는 한 사람이 지갑을 더 크게 연 데 있지 않고, 가게에서 돈을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진 데 있었다.
대마를 사러 나온 김에
어떤 가게에 손님이 늘었는지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식당·주점·제과점 등을 묶은 식음료 업종에서는 매출 증가 추정치가 약 10.4%였다. 반면 연구진이 비필수품 판매로 분류한 소매점들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한 번 나온 길에 여러 일을 보는 장보기 방식에 주목했다. 특정 매장을 찾아 동네에 왔다면, 그 근처에서 식사나 다른 구매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의 방문 순서는 자료에 없어, 대마 매장과 식당을 같은 손님이 차례로 들렀는지까지 알 수는 없다.
걷기 편한 동네일수록 주변 가게의 손님 수와 결제 건수가 더 크게 늘어난 점도 이 설명과 맞닿아 있다. 두 가게가 가까이 있어도 그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느냐에 따라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대마 매장 옆이라는 주소보다, 다른 가게에도 들르기 편한 거리의 모습이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작은 가게에도 도움이 됐을까
여기서 이웃 상인에게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사람이 더 온다면 작은 가게에도 골고루 도움이 될까.
이번 분석에서 뚜렷한 증가가 확인된 쪽은 체인점이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가게들에서는 손님 수나 매출의 변화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 가게에 도움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매출이 함께 늘었다고 말할 만큼 결과가 분명하지는 않았다.
처음 온 동네에서도 익숙한 간판은 눈에 들어오기 쉽다. 연구진도 브랜드 인지도와 표준화된 상품·운영 방식이 체인점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들었다. 어느 요인이 실제 차이를 만들었는지까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손님을 동네로 불러오는 일과 그 손님을 자기 가게로 맞아들이는 일이 같지는 않다는 점은 드러난다.
상인에게는 늘어난 매출에서 비용을 빼고 얼마가 남는지도 중요하다. 이번 자료로는 그 이익까지 알 수 없다. 다만 대마를 팔지 않는 가게에서도 소비가 늘어났다는 결과는, 합법 시장의 경제적 효과를 대마 판매액과 세수만으로 셀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마 매장 옆에서 장사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새 손님의 발걸음이 자기 가게의 문 앞까지 이어지느냐다. 이번 연구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독립 가게에 대해서는 답을 남겼다. 손님이 늘어난 동네에서 작은 가게도 그 혜택을 누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합법 대마 시장을 둘러싼 이야기는 매장 안의 계산대 너머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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