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Natural Revolution

클래식부터 싱잉볼까지, 실로사이빈 치료실의 음악은 누가 고를까?

실로사이빈 치료 연구의 곡 목록 8개, 369곡을 분석한 논문이 선곡 순서의 원칙을 살폈다. 시간대별 소리의 공통 패턴은 약했고, 환자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연구는 아니다.

저장 · 로그인 후 글 저장

치료 연구의 곡 목록 8개를 분석한 새 논문… 시간대별 음악의 뚜렷한 공통 패턴은 찾기 어려웠다

차분한 갈색 책상 위에 놓인 밝은 색 헤드폰
음악 감상을 보여 주는 자료사진. 실제 연구 참가자나 치료실의 사진은 아니다. 사진: Creatopy / Unsplash.

어떤 치료실에서는 클래식이, 다른 곳에서는 전자음악이나 싱잉볼 소리가 흐른다. 특정 버섯에 들어 있는 성분인 실로사이빈을 심리치료와 함께 연구하는 임상시험의 음악 이야기다. 이 성분은 감각과 의식 상태를 변화시키며, 연구에서는 몇 시간에 걸친 경험 동안 들을 곡 목록도 준비한다.

그 음악에는 순서를 정하는 원칙이 있다. 시작은 차분하게, 경험이 강해지는 때에는 감정을 넓혀 주는 곡으로, 마무리는 익숙하고 편안하게. 그런데 실제 곡 목록은 이 원칙에 얼마나 맞춰져 있을까?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 등이 10월 8일 Scientific Reports에 공개한 연구는 8개 목록의 음악을 분석했지만, 세 시간대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공통 패턴은 찾기 어려웠다고 보고했다.

치료실마다 다른 선곡표

실로사이빈 치료 연구에서 음악은 참가자의 경험을 돕는 환경의 일부로 쓰인다. 연구자들이 다룬 곡 목록은 약 4~6시간 동안 이어지는 경험을 염두에 두고 짜였다. 좋아하는 노래 몇 곡을 잠깐 듣는 것과는 규모부터 다르다.

논문의 부록을 보면 선곡의 개성이 드러난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를 위해 만든 목록에는 현대 클래식과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이 주로 담겼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만든 목록 중 하나는 서양 클래식 중심이고, 다른 하나는 싱잉볼·공·종처럼 울림이 풍부한 악기의 소리를 강조한다.

싱잉볼은 그릇 모양의 악기로, 두드리거나 가장자리를 문질러 울리는 소리를 낸다. 다른 목록에는 인디 음악이나 포스트록, 전자음악도 들어 있다. ‘치료용 음악’이라는 이름 아래 한 종류의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곡을 고르는 일은 각 연구팀과 담당자의 몫이다. 논문 부록에 따르면 런던의 두 곡 목록은 멘델 케일런이, 존스홉킨스대의 클래식 목록은 윌리엄 리처즈가 만들었다. 선곡자가 다르고, 음악을 고르는 기준에도 각자의 판단이 들어간다.

앞뒤 순서에는 이유가 있다

선곡의 기본 생각은 음악이 실로사이빈 경험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예측하기 쉬운 음악으로 안정을 돕고, 경험이 강해지는 중간에는 감정을 깊게 느낄 수 있는 곡을, 마지막에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주는 곡을 배치한다.

다만 어떤 곡이 어느 단계에 알맞은지 정하는 데에는 선곡자의 판단이 크게 작용해 왔다. 이런 순서로 음악을 틀면 치료가 더 잘된다는 원칙 자체도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진은 그 원칙이 실제 음악의 특징에 나타나는지부터 살펴봤다.

369곡을 살펴보니

연구진은 8개 목록에서 분석에 중복 영향을 줄 수 있는 곡들을 제외한 369곡, 총 45.1시간의 소리를 살폈다. 빠르기와 음량, 소리의 여러 특징을 계산하고, 음악이 얼마나 활기차거나 밝게 들릴지 추정하는 컴퓨터 모델도 사용했다.

이 분석에서 음악의 특징만으로 초반·중간·마무리를 안정적으로 구별하기는 어려웠다. 일부 목록과 세부 소리에서는 약한 차이가 나타났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뚜렷하고 일관된 흐름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곡 순서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선곡자가 의도한 흐름이, 이번에 측정한 음악의 특징으로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같은 노래도 사람마다 다르게 들린다

이 연구는 환자에게 서로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회복 정도를 비교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컴퓨터가 추정한 음악의 분위기도 실제 참가자의 감정을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이번 결과만으로 음악이 치료에 도움이 없다거나, 반대로 특정 장르가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가사의 의미, 개인의 기억, 문화적 친숙함 같은 요소를 분석에 담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시간대를 같은 기준으로 나눈 것도 한계다. 실제 경험이 강해지거나 잦아드는 시점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연구진은 고정된 순서뿐 아니라 듣는 사람의 취향과 그때의 상태에 맞추는 방법을 더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이번 분석이 그 방법의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논문에는 관련 산업과의 관계도 공개되어 있다. 저자 3명은 원고 작성 당시 실로사이빈 치료를 개발하는 COMPASS Pathways에서 일했거나 지분을 보유했고, 다른 저자 1명은 치료용 음악을 만드는 Spiritune의 공동 창업자다. 저자들은 이 관계가 곡 선정과 분석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치료실의 선곡표는 완성된 정답이라기보다, 아직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같은 곡을 어느 순간 누구에게 들려주느냐에 따라 경험은 달라질 수 있다. 음악을 그저 배경으로 둘지, 개인에게 맞춰 세심하게 고를지 살피는 일도 치료 연구의 한 질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