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버섯은 상처가 나면 파랗게 변한다. 그 안에 든 실로사이빈이 다른 물질로 바뀌며 생기는 색이다. 실로사이빈은 사람의 감각과 생각을 바꾸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버섯에게는 무슨 쓸모가 있을까?
연구자들이 살펴온 설명 중 하나는 버섯을 먹는 곤충을 막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상처 뒤의 화학반응을 밝힌 연구에 이어, 버섯 가루를 먹은 초파리의 성장과 생존이 달라지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이 단서들을 따라가면, 사람에게 나타나는 작용과는 다른 버섯의 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파랗게 변하는 상처에서 시작한 추리
2019년 온라인 공개된 화학 연구는 일부 실로사이빈 버섯이 파랗게 변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상처가 나면 버섯 속 효소가 실로사이빈을 실로신으로 바꾸고, 실로신 분자들이 서로 이어 붙으며 푸른 물질을 만든다. 효소는 생물의 몸속에서 화학반응을 돕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상처 뒤에 만들어지는 물질이 버섯을 먹는 동물을 막는 데 쓰일 가능성을 제안했다. 손상을 입은 뒤 반응이 시작된다는 점이 방어 가설과 맞아떨어진다. 다만 이 연구가 직접 확인한 것은 색이 생기는 화학반응이며, 곤충을 막는 효과는 아니었다.
버섯 가루를 먹은 초파리는 덜 살아남았다
2026년 4월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된 연구는 곤충에게 나타나는 변화를 살폈다. 실로사이빈을 만드는 버섯 가루를 먹이에 섞자, 보통 먹이만 먹은 초파리 애벌레보다 번데기가 되거나 성충까지 살아남는 비율이 낮았다.
그렇다면 실로사이빈이 초파리를 막았다고 봐도 될까. 여기에는 걸리는 점이 있다. 비교용으로 쓴 양송이버섯 가루도 성장과 생존에 영향을 줬다.
버섯 가루에는 실로사이빈 말고도 여러 성분이 들어 있다. 먹이의 영양 차이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이 실험만으로 어느 성분이 작용했는지는 가려낼 수 없다. 파랗게 변할 때 생기는 물질의 효과를 따로 시험한 것도 아니다.
야생 버섯 안에서는 누가 발견됐을까?
같은 연구진은 2021년 영국 초원에서 채집한 야생 버섯도 조사했다. 버섯에서 검출된 동물의 DNA를 분석해, 곤충을 비롯해 어떤 작은 동물들이 있었는지 알아냈다.
실로사이빈을 만드는 버섯과 다른 여러 버섯을 비교하자, 그 안에서 발견된 동물의 종류에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실로사이빈을 만들지 않는 버섯 한 종에서도 비슷한 동물들이 발견됐다. 차이가 있었던 것은 동물들의 종류이며, 그 차이가 실로사이빈 때문에 생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야생 조사와 초파리 실험에 쓴 버섯도 서로 다른 종이다. 실험실에서 초파리가 덜 살아남았다는 결과를 야생의 모든 실로사이빈 버섯과 곤충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같은 성분을 만드는 서로 다른 방법
버섯이 이 성분을 만드는 능력 자체도 흥미롭다. 2018년 Evolution Letters의 유전체 연구는 서로 다른 버섯 계통 사이에서 실로사이빈을 만드는 유전자 묶음이 옮겨 간 흔적을 찾았다. 죽은 나무나 동물의 배설물을 분해하는 버섯들이 눈에 띄었고, 연구진은 먹이나 서식지를 두고 만나는 곤충과의 관계에 주목했다.
2025년 9월의 합성 경로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두 버섯 무리가 다른 효소와 반응 순서로 같은 실로사이빈을 만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 능력이 두 번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해석했다.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 결과이지, 그 성분이 버섯에게 주는 이득까지 시험한 결과는 아니다.
먹히는 일이 도움이 될 가능성도
곤충은 버섯의 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6년 논문은 일부 버섯의 포자가 곤충의 소화관을 지나도 살아남는다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동물이 번식을 도울 가능성도 함께 검토했다. 포자는 버섯이 번식할 때 퍼뜨리는 작은 입자다.
실로사이빈이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줘 포자를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미생물과의 관계에 쓰일 가능성도 논문에 제시됐다. 다만 실로사이빈이 이런 일을 실제로 한다는 증거를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단서가 가리키는 답
여러 단서가 모이는 설명 중 하나는 방어 가설이다. 상처 뒤에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실로사이빈 버섯을 섞은 먹이는 초파리의 성장과 생존에 영향을 줬다. 서로 다른 두 결과가 방어 역할을 살펴볼 이유를 주지만, 아직 실로사이빈 자체의 효과와 버섯의 다른 특성을 분리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성분은 버섯이 주변 생물과 살아가는 데 쓰일 수 있으며, 그중 곤충을 막는 역할에는 시험해 볼 만한 근거가 있다. 다른 조건을 같게 두고 실로사이빈이 있을 때 버섯이 실제로 덜 먹히거나 더 잘 번식하는지 확인한다면, 방어 가설은 지금보다 강한 답이 된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작용과 별개로, 버섯이 주변 생물과 맺는 관계에서 이 성분의 기능을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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